맑은 날씨도 아름답지만

내 개인적인 감수성은

비 올 때 가장 충만해지는 것 같다.

엄밀히 말하면 물 분자들을 사랑한다.

굵은 빗줄기보다는 안개비처럼 고운 물 분자들,

그리고 그 때의 공기 냄새가 나는 좋다.

왜일까?

추운 겨울, 이불 속의 따뜻함보다는

척척하게 젖어있는 나를

녹여주는 그 따뜻함

마치 곽재구 시인의 “사평역에서”

시 속의 난로 앞에서 마주할 그 온기

그런 따뜻함이 더 좋다.

그래서 젖어야만 하나보다

그래서 이런 심성이 됐나 보다.

뭐, 그래서 고구려 유민처럼

항상 어디로든 떠돌고야 마는가 보다